1. 움직임과 패션
1920년대에 들어 패션은 인체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 다라 정의되었다. 이는 미의 이상뿐만 아니라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와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와 함께 나타난 현상이다. 이 시기는 사치스럽고 무엇보다도 엉뚱함의 황금기였다. 흐르는 듯한 유연한 소재는 극도로 양식화된 여성의 몸을 감쌌고, 성냥개비 같은 짧은 머리에 소년처럼 가느다란 몸이 이상적인 타입이 되었다. 저지와 니트, 통이 넓은 바지, 프린지 된 댄스 드레스, 긴 체인이나 소투아르라는 진주 장식 목걸이, 화려한 태슬 등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적용되었다. 1928년에 한 패션 개혁가는 독일의 패션 잡지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새로운 사람에게 옷을 입히거나 생소한 소재를 사용하여 작업할 때,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움직임'이다. 어떤 직물은 뻣뻣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라인을 잡으려면 부드럽게 해야 한다. 다른 소재들은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혀 둥글게 접히거나 몸에 붙거나 무리져서 풍성해지기도 한다. 흘러내리는 소재는 형태를 드러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허용한다. 드레스는 더 이상 과거처럼 단단한 구조를 갖지 않으며 더 이상 갑옷이 아니다. 코르셋과 고래뼈로 만든 버팀대와 단단한 보디스용 속옷으로 더 이상 보디라인을 변화시키거나 양식화시키려 하지 않으며 움직임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오늘날 이상적인 것은 운동으로 단련된 역동적인 몸매이며,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신체이다. 과거의 장갑처럼 '꼭 끼는'옷은 입는 사람을 꼼짝 못 하게 구속해서 한정된 움직임만 허용했다!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재빨리 그 '훌륭한' 드레스를 벗어 자신의 몸이 억지로 형태에 맞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 후 장식을 절제하는 시대가 되면서 옷의 솔기선이 인체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장식과 구성에 활용되었다. 1920년대의 희미하게 비치는 댄스 드레스는 움직일 때마다 몸선이 살짝 드러나는 부분적인 투명 효과에 의해 풍부해졌다. 앞의 글은 아래와 같이 결론을 지었다.
'몸에 꽉 끼는' 형태는 움직임이 전혀 없는 신체, 즉 포즈만 취하는 '인물'을 위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몸에 잘 맞게 재단된 옷이라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움직이면 의도하지 않은 왜곡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진정 몸에 잘 맞는 옷은 움직임에 따라 풍부한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그것은 접힘과 펴짐으로 변형되어 좋은 선은 강조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완화된다.
패션에서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불균형과 비대칭에 대한 선호가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이전의 균형 잡히고 대칭적인 디자인과는 대조되는 이러한 특징은 패션 디자인에 활력과 긴장을 불어넣었다. 대각선이나 한쪽으로만 드레이프 되는 옷과 플리츠 스커트, 나풀거리는 장식 천 조각들과 느슨한 트리밍, 비대칭 네크라인은 주목할 만한 요소들이다.
2. The Little Black Dress
누군가가 20세기 문화의 이정표를 모아 회고전을 연다면 패션계에서는 반드시 리틀 블랙 드레스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의도적으로 심플하게 디자인 된 이 옷, 경험적이고 독립적이며 에로틱한 이 색채에서 우리는 20세기를 지배한 사회와 문화적 트렌드를 발견한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감상적인 성격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모더니즘을 표현하며, 위엄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을, 다양한 색채의 인간 집단과 섞이기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개인주의를 표현한다. 마치 의복에서의 르 코르뷔제의 <삶을 위한 기계>처럼 리틀 블랙 드레스는 바우하우스의 민주적 유토피아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보다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이것은 미스 반 데 로에의 <바르셀로나 의자>가 가지고 있는 것, 즉 논리적 형태와 감성의 결합을 갖고 있는데 20세기는 이를 위해 '글래머'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 놀라운 드레스는 파리에서 태어났으며 그 부모는 장 파투와 코코 샤넬이었다. 리비에라 사회의 스포티하고 멋진 라이프스타일에 열중한 랄프 로렌의 선조격인 파투가 드레스에 건축적인 라인을 제공하였다면 코코 샤넬은 무례한 도발, 즉 검은색의 사용에 공헌하였는데 검은색은 전통적으로 그녀 고객의 하녀들이 입어 옷 옷의 색이었다. 1926년 샤넬이 X형 직선 스티치 솔기가 있는 긴소매의 검은색 크레이프 드레스를 발표하자 미국판 <보그> 지는 이를 포드 자동차의 고전적 모델 T와 비교하여 "고급 취향을 가진 모든 여성들의 유니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예측은 적중하였고 그 이상으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윈저 공작부인이나 티나 터너, 마사 그레이엄, 도나텔라 베르사체 등이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었으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버터필드 에이트>에서 콜걸로 열연할 때 입었으며 안 파리요는 <니키타>에서 살인 청부업자 역을 소화하기 위해 입었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여성의 모습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유니폼이 되었다. 실용성이냐 모양이냐, 적극적인 주제냐 소극적인 대상이냐, "사느냐 죽느냐"에서 리틀 블랙 드레스는 언제나 전자를 대변했다. 모든 여성들은 스스로 햄릿이 되어 자신의 사적이나 공적 생활 무대에서 아름다운 반란자가 되었다.
패션 컨설턴트드른 수십 년 동안 리블 블랙 드레스를 날씬해 보이는 옷, 데이 웨어와 이브닝 웨어의 다리 역할, 액세서리가 잘 어울리는 이상적인 옷으로 환영했다. 한 벌의 드레스로 수많은 변형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들의 오늘날의 여성들에게도 적용이 될까? 가장 최근에도 리틀 블랙 드레스는 샤넬은 물론이고 헬무트 랑, 캘빈 클라인에서 재현되고 있다. 옷감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극적인 형태로 전환시킴으로써 리블 블랙 드레스는 갑자기 장중하고 거의 의기양양하게까지 보인다. 뉴밀레니엄 겨울 컬렉션에서 칼 라거펠트는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 <지난해 마리아바드에서>에서 델핀 셰리그가 입었던 이브닝드레스를 재해석하였다. 약하기 이를 데 없는 블랙 시폰 드레스와 전투복을 납작한 블랙 부츠와 함께 코디하였다. 게임은 끝났다. 여성이 남성의 시선에 순종하던 게임은 끝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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